
30대 넘어서면서 노화 시작
반응 늦어지고 판단력 저하
지식·언어능력 관련 지능은
70세 이후에 완만하게 둔화
악기·운동·외국어 학습 등
끊임없는 자극이 노화 늦춰
'생각한다' '판단한다' '기억한다'. 이는 인간의 대표적인 지적 능력이다. 우리 뇌는 태어날 때 약 400g이지만 3세, 4~7세, 10세 전후의 3단계를 거치면서 약 20세쯤 완성된다. 다 자란 어른의 뇌 무게는 남자가 평균 1400g, 여자가 1250g쯤 된다. 뇌 무게는 일반적으로 45~50세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80대 중반 이후에는 만 18세 때보다 약 11%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컴퓨터보다 훨씬 복잡한 뇌의 기능은 30대가 넘어서면서 노화된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사람은 뇌부터 늙어간다. 각종 뇌질환과 함께 판단력 저하와 무뎌진 반응시간은 뇌의 퇴행성 변화 때문이다. 뇌의 겉부분인 대뇌피질은 두께가 2~4㎜로 기억, 집중사고, 언어, 의식 등을 담당하는데 노화로 피질 두께가 점차 얇아지면서 뇌 무게가 줄고 치매, 파킨슨병 등에 악영향을 준다.
그러나 최근 나이를 먹으면서 향상되는 '지능의 영역'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아이치현 오부시 소재)가 40세 이상 주민 4000명을 대상으로 '뇌의 노화'에 관한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나이를 먹어도 '지적인 활동'에 따라 지능이 좋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지능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새로운 상황이나 과제에 빠르게 적응하는 '유동성 지능(流動性知能)'으로, 정보처리 속도가 여기에 해당한다. 또 하나는 경험이나 학습에 의해 획득하는 '결정성 지능(結晶性知能)'으로, 지식이나 언어능력이 관련 있다.
조사 결과 유동성 지능은 50대 중반까지 유지되고, 그 이후에는 급속히 저하됐다. 이에 반해 결정성 지능은 70세 정도까지 계속 성장한 뒤 완만하게 둔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니시다 유키코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 노화역학 연구부 부부장은 "종래의 학설에서는 유동성 지능의 정점이 10대 후반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중년기까지 충분히 유지되고 있었다. 결정성 지능은 학설과 같이 나이를 먹어도 계속 향상되고 높은 상태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뇌의 관점으로도 설명된다. 다키 야스유키 도호쿠대 노화의학 연구소 교수에 의하면 뇌의 신경세포가 모이는 '회백질' 영역은 일반적으로 10~20대에서 부피가 가장 커지고 그 이후에는 천천히 감소하고 그에 따라 뇌 기능도 서서히 떨어진다. 이는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매우 자연스러운 변화다. 그러나 '백질' 영역은 40~50대에도 부피가 계속 증가한다. 무엇인가를 배우면서 뇌를 계속 사용하기 때문에 신경세포끼리 결합해 부피가 늘어가는 것이다.
뇌는 1000억개의 신경세포가 떠다니고 있으며, 외관과 기능에 의해 '회백질'과 '백질'로 구별된다. 대뇌피질이 감싸고 있는 회백질은 뇌의 바깥 표면에 분포하며 육안으로 봤을 때 회색빛을 띤다. 백질은 뇌의 안쪽(속)에 있고 흰색으로 보인다. 회백질이 생각과 행동, 감정을 형성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백질은 두뇌 속 영역 간 네트워크 역할을 하며 언어, 기억, 의사결정 등 복잡한 기능을 조정한다. 다키 교수는 "뇌에는 변화하는 힘(가소성·可塑性)이 있기 때문에 몇 살이 되어도 뇌의 기능은 좋아질 수 있다"며 "젊었을 때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 있겠지만 계속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결정성 지능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나이가 들수록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지능'이 유지 및 향상됐고, 치매에 노출될 위험이 감소했다. 이는 끊임없이 뇌를 자극해야 한다는 얘기다. 악기 연주나 운동, 어학학습, 원예 등 무엇이든 좋다. 뇌가 자극을 받으면 활성화돼 생각뿐만 아니라 외모도 젊어진다.
일본 뇌건강 전문가인 시라사와 다쿠지 도쿄 오차노미즈 건강장수클리닉 원장(의학박사)은 저서 '10년 젊어지는 1분 뇌활동'(생각의 날개 펴냄)에서 "나이를 먹으면서 가장 먼저 쇠퇴하는 영역은 WMN(Walking·걷기, Memory·기억, Network·사회활동 및 교류)이라고 하는 뇌 속 네트워크"라며 "뇌가 노화되지 않기 위해서는 WMN을 계속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걷기는 근육을 자극해 심박수를 늘려 뇌로 가는 혈류와 그 속에 있는 산소량 공급을 증가시킨다. 혈류와 산소가 증가하면 뇌 속 베타 아밀로이드 축적을 막아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뭔가를 기억해내려는 노력도 뇌 건강에 좋다. 단 1분간 '기억 반추'만으로도 뇌가 활기를 찾는다. '이틀 전 일기쓰기' '스마트폰이 아니라 직접 손으로 쓰기'도 기억력 저하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뇌의 자극 및 활동은 조금씩 무리하지 않고 시작하는 '스몰스텝(small step)법'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근육 운동은 팔굽혀 펴기를 매일 한 번만, 그것을 일주일간 계속하면, 다음은 2~3회로 서서히 횟수를 늘려 간다.
이와 함께 뭐든 즐겁게 하는 게 중요하다.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는 나이가 들어도 신경세포를 새로 생성하고, 즐겁게 하는 것이 기억에 남기 쉽고 지능 향상에도 좋기 때문이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